“그러나, 정말 셀피에 담긴 욕망과 전시 문화를 통해서
개인의 정체성과 관계는 온전히 보여지고 있는 것일까?"
#셀피 #자동보정설정 #자화상 #이상향 #정체성 #해체 #재구축 #조작가능한 #매끄러워진 피부 #지인들의 카메라 속 나 #개인의 기호 #타화상 #SNS #가상공간 #전시문화 #투명한 공유
작가소개
온라인 공간이 생긴 이후에 새롭게 출현한 디지털 이미지들이 어떻게 인간에게 개입하는지 고민한 바를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함께 사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무엇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과 진리를 놓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서지수 _ SEO, Jisoo
b.1992
학력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BFA Fine arts, 휴학
2015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졸업
전시(그룹전)
2021 《Someone Stole Me》, 오버랩, 광주, 한국
2021 《RGB》, 브루지에 히가이 갤러리, 서울, 한국-
2021 《New world New word》, ACC 아시아창작스튜디오, 광주, 한국
2020 《Not From This World》, Innerspace gallery, 로스엔젤레스, 미국
2019 《Nowhere better than here》, Nomad pavilion, 로스엔젤레스, 미국
2019 《Memory Clash》,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캘리포니아 미국
레지던시
2021 오버랩 광주-바콜로드 비대면 교류 공동창제작 프로젝트, 광주, 한국
2020-202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광주, 한국
작품 소개
나는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이미지의 생산과 변형, 유통이 자유로워진 현재 우리 삶 속에 스며든 디지털 이미지들을 주목한다. 특히 개인의 기호와 기준에 따라 보정 및 제작이 가능한 ‘셀피(셀프 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사진)’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정의하는 나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한다. 작업은 ‘개인의 정체성이 SNS를 타고 쉽고 빠르게 유통되는 셀피 사진으로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작품은 투명 렌티큘러로 구현한 10인의 자화상이다. 편리성, 보편성을 무기로 무작위적으로 셀피가 양산되는 것과 선별한 이미지를 전시하는 행위를 오마주 한다. 익명성을 위해 개인의 얼굴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원본과 보정된 셀피 이미지가 교차하며 가면처럼 보이도록 했다. 유일하게 인물의 얼굴 안에 있는 작은 특징들과 사진을 보정한 정도만이 그 사람을 알아보는 단서가 된다. 또한 작품은 가상공간이 가진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인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보여주는 투명 소재를 활용하여 관람자가 다각도에서 작품을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조작 가능한 미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단, 사진으로 개인의 다양한 미의 기준-등을 가늠해 볼 수 있으나, 그 이상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셀피’가 가진 특징이기도 하면서 이 작품의 모순으로 작용한다. 작품은 ‘셀피’는 조금 더 매끄러워진 픽셀일 뿐이라는 점에서 셀피를 통해 시각화하고자 했던 정체성은 결코 셀피만으로는 동일시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현대의 자화상Self-selfie-portraits, 2021
렌티큘러 Lenticular
각each 29.7cm x 42cm (10pcs.ea)
작가노트(작품론)
스스로의 정체성을 담는 자화상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타화상', 이 두 가지를 주제로 ‘나'를 표현하고자 한다.
자화상이라고 함은 스스로 그려낸 자신의 그림으로 어떤 것은 감추어지고 왜곡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정의하는 본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담는 오랜 소재이기도 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려내는 자화상은 셀피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이상향으로 개인의 기호와 기준 에 따라 보정 된 모습,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셀피이기 때문이다. 자동 보정이 설정된 어플로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보정이 풀리면서 본래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작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진짜 내 모습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에 영감을 받아 자화상을 재해석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첫 번째 작품 <현대의 자화상>은 개개인의 ‘’정체성을 투명한 렌티큘러로 그려냈다. 원본과 수정된 셀피 이미지로 구현된 이 작업은 보정한 정도와 한 사람의 얼굴 안에 있는 작은 특징들만이 그 사람을 알아보는 단서가 된다.
현대 셀피 문화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위 작업에서 드러난 각각 다른 보정을 가진 자화상들 처럼 각자의 이상적인 자동 보정 설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의 외모에 대한 이상향이 다르기 도 하고 각자의 본래 모습도 달라 조정 해야 하는 정도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누 구의 휴대전화 어플로 촬영했는지에 따라 같은 얼굴도 다른 모습으로 장되기도 한다. 두 번째 작품 <서지수의 타화상>은 작가 지인들의 핸드폰에 담긴 자동 보정 설정으로 함께 수정되어버 린 작가의 얼굴을 수집하면서 시작된 작업이다. 자화상이 스스로 그린 자신의 모습이라면 타화 상으로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작가의 모습을 조형화하고자 했다. 정체성은 스스로 정의하는 부 분도 있지만 여러 관계를 통해 정립되기도 한다. 사람의 캐릭터는 한가지 모습으로 귀결 될 수 없고 관계에 따라 입체적이다.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 태도가 솔직하였다 할지라 도 관계를 맺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말투,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캐릭터들을 겹쳐 본다면 그게 실제 정체성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작품을 구현하는데 적용한 것이다. 11명의 지인에게서 수집된 작가의 미묘하게 달 라진 얼굴 이미지들이 지인들에 의해 달라진 작가의 캐릭터를 은유하며 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조각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보았을 때 진짜로 작가의 특징을 잘 반영한 어떤 입체가 되는가 주목하고자 했다.
조형화된 설치물들은 완벽 하게 재봉되지 못하고 갖가지 모양으로 널브러져 한 사람을 하나로 정의하는 데 실패해 보인다. 오히려 명확해지기보다 어설프게 떠돌아다니는 해체된 모습으로 어 떤 모습이 진짜인지 모를 듯한 설치물이 완성되었다. 렌티큘러로 만든 자화상 또한 한 사람의 정체성을 담아내기에는 시각적인 만족도와 는 상관없이 부족해 보인다. MZ세대의 “나“ 바라보기는 SNS 상에서 어느 정도 거짓된 셀피를 통해 많은 부분 이루어지지만 그 정 확도는 결코 즐거움에 비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