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마지막 통화가 언제였나요?"
- 문현지
#나의 할머니 #우리 할머니 #삶 #나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작가소개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흔들리는 우리의 삶에서 아직 제대로 말해지지 않은 것들 또는 표현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문현지 MOON, Hyunji
b.1992
학력
2020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대학원 졸업
2016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전시
개인전
2021 《사이》, 아트레온갤러리, 서울, 한국
2019 《귀로》, 이화아트갤러리, 서울, 한국
단체전
2020 《단독주연》 중간지점 그룹전, 서울, 한국
2019 《제 11회 후소회》 그룹전,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한국
2019 《어르신문화프로그램 : 추억세탁소》 그룹전, 북서울꿈의 숲 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9 《시간》, COSMO40,서울, 한국
2017 《작은 그림전》 이화익갤러리, 서울, 한국
2017 《청춘시대전》 갤러리일호, 서울, 한국
2017 《9개의 시선》 분당서울대병원 스페이스U, 서울, 한국
수상/선정/레지던시
2020 <제 4회 광주화루> 10인 입선
2019 <제 11회 후소회> 청년작가상 당선
2017 아시아 청년작가 미술축제(ASYAAF) 당선 작가
2015 아시아 청년작가 미술축제(ASYAAF) 당선 작가
2013 아시아 청년작가 미술축제(ASYAAF) 당선 작가
작품소장
분당서울대병원, 부림저축은행, COSMO40
작품 소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대인의 사유와 향유적 사고는 미디어의 알고리즘 속에 진열된 것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단순한 이목을 끌기 식의 인스턴트 콘텐츠의 범람은 사고의 깊이를 방해하여 피로감을 주고 공허감을 느끼게 한다. 본질을 마주하기보다 짧고 강렬한 자극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지배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나는 공허한 감정에 부딪혀 보기로 한다. 다가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생기는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고찰하는 과정으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삶을 향한 시선의 변화는 작품에서 내 자신으로 투영된다. 작업은 날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할머니와 20여년간 한 방에서 생활하며 생긴 수많은 에피소드를 다룬다. 때로는 나의 관점이 할머니에게 이입되어 서로의 삶을 연계시켜 바라보게 되면서, 작품에서 할머니의 인체에 내 인체가 같이 겹쳐 보이는 구성을 취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결국 내 작업은 나 또한 저렇게 늙어갈 것임을 반추하는 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작품은 할머니와 함께 잠이 든 상황을 그린 것이다. 머리칼과 피부가 맞닿은 채 서로는 이불을 덮어주거나 잠꼬대에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 머리칼은 덤불을 연상시킨다. 노화, 치매 등을 겪는 할머니의 삶의 이면과 애환을 들여다볼수록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나간 것이 작품 속에서 얇고 힘없는 하얀 할머니의 머리카락과 상반된 까맣고 힘 좋은 나의 머리카락으로 은유된다. 이는 공존하는 할머니와 나 사이를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둘 사이의 간극을 시각화한 것으로, 누구에게나 있는 할머니 혹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성을 건드린다.

사이
Between, 2020 비단에 채색 Color on Silk 72.7 x 53 cm
작가노트(작품론)
나의 이야기는 날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20여년동안 늘 할머니와 한 방에서 생활하며 생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나에게 작고 큰 영향을 주며 성장과 함께 내 정체성 을 형성했다. 특히 치매, 노화, 할머니의 애환과 같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볼수록 할머니와의 거리 를 좁혀갔고 이에 따라 나의 관점이 할머니에게 투영하는 위치로 발전하였다. 결국에 할머니의 삶과 연계시켜 바라보게 된 나의 삶은 할머니의 인체에 내 인체가 같이 겹쳐 보이며 ‘나 또한 저 렇게 늙어가겠지’ 현재의 나를 비추어보는 자화상이다.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동안 그 안에는 할머니의 삶, 나의 삶 그리고 그 중간의 삶이 생겨났다. 그 중간의 삶이라는 게 자화상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이 할머니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다각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수많은 물음들은 결코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끊임없는 물음이 있어야만 삶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작업을 통해 누구나 안고 갈 삶에 대한 의미를 조망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 의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