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가 되기 위한 기억의 파편들”
- 곽수영

#다중교차로 #무작위 #불균질화 #무의지적 기억 # 파편의 결합

작가소개
나는 어떤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특별한 면을 발견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곽수영 _ KWAK, Sooyoung
b. 1986

학력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재학(2021)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2012)

전시   
2021  《MOMENTUM》, 인사아트센터, 서울, 한국 
2020  《SPECTRUM X MAS》, 스팩트럼 갤러리, 서울, 한국 , 
2020 《Stubborn Visionaries》, 스팩트럼 갤러리, 서울, 한국
2020  《실패전 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한국
2019  《담: 다》, 문화상회 다담, 수원, 한국
2019  《Art Blanket x Cultural Firm Dadam》, 문화상회 다담, 수원, 한국
2019  《단연: 다섯번째 계절》, 용인 포은아트갤러리, 용인, 한국
2018  《도시이면》, 수원시 미술전시관, 수원, 한국 
2018  《ASYAAF》,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한국
2018  《마인드드로잉展>, 창성동 실험실, 서울, 한국
2014  《ASYAAF》, 문화역서울, 서울, 한국 
2012  《단꿈전》, 토포하우스, 서울, 한국                                                                              
2011  《ASYAAF》,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작품소장
삼천리 천만장학회, 한국

작품 소개
사람은 특정 기억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많은 것과 연결되는 유기적 존재이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그(그녀)의 시점이 변하면 기억도 다르게 변한다. 특히 ‘혐오’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들리는 요즘, 나는 과거와 현재가 섞인 무의지적 기억에서 매일 발생하는 여러 사건 중 일부를 채집해 화면 속에 투영하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우연한 조합으로 발견되는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캔버스 안에 작은 파편부터 큰 덩어리까지 영속시킨다. 특정 요소들의 색채가 개별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결합된 기억의 파편들이 이질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며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것들은 우리 주변, 즉 을지로 골목이나 다세대 주택 사이를 잇는 골목길, 홍대 뒷골목의 그래피티와 연남동 일대의 상점들, 종로의 빌딩 숲 안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고궁의 풍경-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은 멀리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게 되면 평평해 보이던 것이 사실은 다면체였음을 피력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풍경을 가장한 작은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이것은 부분이 결합해 전체를 만듦과 동시에 다시 부분이 되어 작품을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무의지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모아 화면에 배치하다 보면 기억의 서사는 점차 사라지고 파편들이 결합된 관계가 부각되며결국에는 형상과 의 관계로 형성된 감각이 된다.
멀리보기 
See further, 202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3 x 193.9 cm
 
작가노트(작품론)

길을 잃는다. 도시를 잘 보기 위해서.
길을 나서면서부터 매끄럽게 포장된 거리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건물의 화려한 마감재    뒤로, 선전하는 광고판 뒤로, 본래 모습은 가려진 채 숨어있다. 나는 길을 잃는다.​​​​​​​
어린 시절 경기도 외곽에서 성장했던 나는 산을 오르며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 가재를 잡기 도 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그곳에서 본 나무들과 꽃, 돌, 물이 만들어내는 색과 구조가 내겐 미술 교육이었다. 동네의 곳곳이 놀이터였으며 배움의 장소였다. 도시로 이사한 뒤 반듯하게 정돈된 건물과 거대 문화 사이의 사람들은 그 자체로 완벽해 보였다. 도시란 장소는 자연과 달리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달랐다. 반듯한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만드는 것은 각종 벽이 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벽 위엔 광고판들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을 포장하여 드러내고 숨 겼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있는 우아하고 매끈한 광고판은 세련되고 더 나은 내일을 보여주며 나를 꿈꾸게 했다. 동시에 도시 풍경은 마치 다른 길은 없다는 듯이 현실을 숨겼다.  난 좀 더 정확 히 보기 위해 길이 아닌 곳으로, 길을 구성하는 벽 사이로, 길을 찾아 나선다.
길에서 벗어난 현실은 다채로웠다. 반짝임에서, 반듯함에서 벗어나 그 뒤에 복잡하게 얽혀있고 정돈되지 않은 뒷부분에선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산의 나무와 꽃, 돌들이 만들 어내는 구조처럼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고 결합하여 비정형화된 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작위 파편들이 모여 예상할 수 없는 형상이 모여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을지로가 그렇고 다세대 주택 의 사이를 잇는 골목의 평상이 그렇다. 홍대 뒷골목에 그려진 그래피티가 그렇고 연남동의 상점 구조가 그렇다. 이태원 사이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그렇고 종로에 높은 빌딩과 고궁이 만들 어내는 풍경이 그렇다.
내가 발견하게 된 것은 무의지적 기억이다.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보았던, 스쳐 지나갔던, 과거와 현재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가 나의 그림의 중심이 된다. 기억은 하나의 뇌 관처럼 처음에 촉발할 만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찾지 않더라도 사건들은 매일 내 주위를 맴돌고 그것을 채집해 만들어내는 화면 안에 안착시킨다. 자연스럽게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듯이 내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 외부 사건을 덧칠하고 변형해 상관관계가 없는 파편 기억을 결합한다. 이것은 정해진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 보았던 것들이 서로 얽혀 입구와 출구가 혼재되어있는 길 잃은 이미지이다. 현실의 다양한 모습들은 우연한 조합에 의해서 발견되고 내 회화도 길 잃은 지 점에서 여러 길이 교차하여 있는 현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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